김진영 현대병원 부원장

 

 
 

우울증의 치료와 관련해서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울증’이라는 것이 마음의 병인데, 어떻게 약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입니다. 즉, 심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접근 방식도 심리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너무나 현대과학의 성과에 대해 무지한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사고, 기분, 느낌 등등을 포함하는 마음 즉, 정신현상들이 궁극적으로는 ‘뇌(Brain)'라고 하는 신체 장기(물질)에서 나오고 있고, 이 뇌라는 물질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뇌기능의 이상이 생기고, 그 결과로 사고나 기분의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은 너무도 상식적인 내용입니다.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으로는 두부외상, 중풍, 치매 등과 같은 기질적인 질환들이 있을 수 있는 데, 중요한 것은 이들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충격 또한 뇌기능 이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의 경우 한 번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뇌기능 이상이 생길 수도 있으나 대개는 3개월 이상의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뇌기능 이상을 훨씬 잘 유발합니다.

만성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예, 코티졸)을 증가시키고, 기분 조절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예, 세로토닌)의 결핍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뇌기능의 이상은 결과적으로 마음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의욕이 없어지고, 매사 모든 것이 두려워지는 등의 우울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충격이 직접적으로 우울이나 불안증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에 뇌기능의 이상이라는 단계를 거쳐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과로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지거나 하는 정신증상들이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뇌기능장애의 최종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울이나 불안 등의 증상들에 대한 치료적 접근방법에는 뇌기능장애를 유발하게 만든 심리적 스트레스나 기질적 원인들을 직접 해결하거나, 아니면 그 중간단계인 뇌기능의 이상 자체를 교정시켜주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발생한 최종 결과물인 우울이나 불안 자체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자에 대한 접근방법은 대개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뇌기능 장애를 유발한 기질적인 원인들은 대개 쉽게 회복되지 않거나 비가역적인 질병인 경우가 많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 사업부도, 실연 등과 같은 주변상황 등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우울증상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중간단계인 뇌기능의 이상 자체를 교정하는 치료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치료가 결국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항우울제에 의한 약물치료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심리치료도 아주 실력 있는 의사가 아주 성의 있게 아주 오랫동안 치료한다면, 약물치료만큼이나 뇌기능 이상 교정에 효과적일 수 있겠으나, 그런 의사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비용도 무척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약물치료 예찬론이 되어 버렸는데,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우울증의 약물치료의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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