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면 어병산

어병산 전경.
어병산 전경.

기자는 해발 600m 이상 산들이 둘러싸인 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이런 기자가 대소면을 알기 시작한 건 큰 매형(최영국 씨)으로부터다. 그는 자신이 생활하는 대소면엔 산이 없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 평야지대인 대소면에는 산이 없다. 대소면 주민들이 말하는 산은 소위 언덕이나 구릉이라고 할 정도다.

기자는 이대웅 전 음성군의원으로부터 대소 성본리와 금왕 유촌리 사이에 있는 ‘어병산’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번호는 대소면 어병산(128m)을 소개하려고 한다. --편집자 주--

▲성본산단 입구 어재연.어재순 묘 안내판 모습.
▲성본산단 입구 어재연.어재순 묘 안내판 모습.

■ 어병산 그리고 개항기 나라 수호한 어재연 장군

어병산은 대소면 성본리 산22-20번지 주소를 하고 있다. 현재 어병산은 개발 중인 성본산업단지 한 가운데 위치한다.

어병산은 어재연 장군과 관계가 깊다. 어병산에는 조선말 개항기 외국군 침략을 막아낸 어재연.어재순 형제 유적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

어재연(魚在淵.1823년:순조23~1871년:고종8) 장군 시호는 충장공(忠壯公)이다. 어재연 장군은 순조 23년, 당시 음죽현 상율면(음성군 금왕면)에서 태어났다. 어재연 장군은 1866년 발생한 병인양요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후 1871년 신미양요 때 강화도를 침략한 미국군과 교전하다 장렬하게 순국했다. 이에 조정은 어재연 장군에게 ‘병조판서 겸 삼군부지사’(三軍府知事)를 추증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백의종군해 순국한 아우 어재순(魚在淳)에게도 ‘이조참의’를 추증하였다.

참고로 어재연 장군 생가는 현재 경기 이천시 율면 산성리에 있다.

▲어재연.어재순 묘소와 그 밑에 있는 쌍충각 모습.
▲어재연.어재순 묘소와 그 밑에 있는 쌍충각 모습.

■ 토성 안에 보존된 어재연.어재순 쌍충묘 유적들

<문화유적총람>을 보면, 신미양요 때 지휘관이었던 어재연.재순 형제가 전사하자, 함종어씨 문중이 이곳에 토성을 쌓고 안치했다고 한다. 토성은 현재 규모가 둘레 1,8km, 폭 1.8m, 높이 3.6m다. 서쪽이 트인 삼태기 모양인데, 현재 동북.남쪽 성벽은 남아 있으나, 지세가 낮은 서쪽 성벽은 모두 유실되어, 경작지로 변해 있다.

토성안에는 어재연.어재순 형제의 쌍충묘와 석물 석비, 쌍충재가 있다. 어병산 정상부 서남쪽 능성에는 어재연.어재순 형제 묘소가 좌우로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어재연.어재순 쌍충묘 주소는 성본리 산21-2번지. 어재연.어재순 쌍충묘 2기는 2014년 10월 2일 '충청북도 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됐다.

쌍충묘 아래엔 재실인 쌍충재가 있다. 쌍충재는 정면 3칸, 측면 1만반 규모로 맞배지붕 목조기와형 건물이다. 그리고 산자락 끝에 어재연.어재순 형제 공적을 기록한 신도비 2개도 세워져 있다.

▲성본산단에 신설된 도로 모습.
▲성본산단에 신설된 도로 모습.

■성본산단 개발에서 살아남아 다행....환경보존.호국정신 현장돼야

하마터면 어병산과 어재연.어재순 쌍충묘 유적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았었다.  2014년부터 음성군이 어병산을 포함한 대소면 성본리와 금왕읍 유촌리 일대에서 대단위로 성본산업단지 개발을 시도하면서부터다. 애초 성본산단 개발 계획에는 어재연.어재순 쌍충묘와 유적이 있는 토성을 비롯한 어병산 전부가 포함됐었던 것. 이에 지역주민과 함종어씨 문중은 어재연.어재순 쌍충묘 일대와 유적들을 보존하기 위해 ‘(재)어재연 장군 추모 및 신미양요 기념사업회’를 결성했다. 그리고 어재연.어재순 쌍충묘를 '충청북도 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받았다. 이렇게 성본산단 개발 가운데에도 존치할 수 있게 됐다. 다행이다.

기자가 보기에 현재 어재연.어재선 쌍충묘 유적이 있는 어병산은 성본산단이라는 망망대해에 떠있는 푸른 섬과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어병산은 방치되어 있다. 어병산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산속 곳곳엔 각종 생활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어병산을 둘러싼 성본산단에는 다양한 산업시설들이 본격 들어서고 있다. 특히 어병산 북쪽 일원 산단에는 약 5천 세대 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자는 감히 음성군과 지역사회에 어병산 일대를 상쾌하게 정비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산단 공동주택단지 주민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찾아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또한 어재연.어재순 쌍충묘를 비롯한 유적들도 정비해 음성군 호국보훈의 또 다른 콘텐츠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1년 넘게 코로나19가 계속되며, 사람들 몸과 마음이 지쳤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콕(?)만이 상책은 아닐 듯. 성본산단의 푸른 섬 어병산을 찾아가보라. 나라를 지키고자 치열하게 살다가 산화한 어재연.어재선 장군 유적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비결을 배워보자.

▲어병산 길 모습.
▲어병산 길 모습.
▲쌍충각 모습.
▲쌍충각 모습.
▲어재연.어재순 신도비 모습.
▲어재연.어재순 신도비 모습.
▲성본산단에서 바라본 소탄마을(성본2리) 모습.
▲성본산단에서 바라본 소탄마을(성본2리) 모습.
▲경기도 이천시 율면에 소재한 어재연 생가 모습.
▲경기도 이천시 율면에 소재한 어재연 생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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