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곡 오갑산

오갑산 전경.
오갑산 전경.
▲상우리에서 바라본 옥녀봉(삼태봉) 전경.
▲상우리에서 바라본 옥녀봉(삼태봉) 전경.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공기, 맑은 봄날이 며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야외활동에 딱 좋은 날, 더 더워지기 전 산에 올라, 봄이 선물하는 산꽃과 들꽃 향기에 취해보는 게 어떨까?

기자는 음성군 최북단에 위치한 감곡 오갑산(이진봉.609.4m)을 등산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오갑상 정상 표석과 안내판 모습.
▲오갑상 정상 표석과 안내판 모습.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다

오갑산은 음성군 감곡면과 충주시 앙성면,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경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해발 609.4m 높이 오갑산은 오압산(梧壓山), 오갑산(烏甲山), 오갑산(梧甲山), 이진봉 등 시대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었다.

삼국시대는 오압산(梧壓山)이라고 했다. 이후 이곳에서 고구려와 신라가 농토를 확보하기 위해 자주 싸움을 치루며, 산 정상에 진을 치고 군대를 주둔시키면서부터 ‘오갑산’으로 불렀다 한다. <여지도서>, <대동지지>, <호서읍지> 등에는 오갑산(烏甲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반면 <음성읍지>와 <조선환여승람>에서는 오갑산(梧甲山)으로 표기돼 있고, ‘남쪽 수리산 줄기’로 소개한다.

한편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왜군과 전투를 위해 진을 친후, 주민들은 오갑산 정상을 ‘이진봉’, 혹은 ‘임진봉’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이진봉 북방 8부 능선에 갈대밭이 있는데, 이를 ‘진터’라고 부른다.

▲삼형제바위에서 내려다 본 문촌 골프장 공사 모습.
▲삼형제바위에서 내려다 본 문촌 골프장 공사 모습.

■문촌 골프장 공사가 산길을 막고

음성군에서 제작한 <음성군 등산로>는 오갑산 산행 코스를 감곡 문촌리 웃오갑에서 시작해, ▲소류지-아홉사리고개-정상, ▲서천고개-삼형제바위-정상, ▲공동묘지-정상, ▲과수원-철탑-옥녀봉-서천고개-삼형제바위-정상에 다다르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여주시 점동면 관한리 어우실에서 시작해 문촌리로 하산하는 4시간 가량 걸리는 종주 산행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음성군 지역 코스를 이용하기 위해 문촌리 웃오갑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을 끝부터 오갑산 밑까지 골프장 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관계로 산행 입구가 차단되고 말았다.

▲새로 심은 잣나무 밀집길과 송전탑 뒤로 옥녀봉(삼태봉,사진 왼쪽)과 오갑산(이진봉, 사진 오른쪽) 모습.
▲새로 심은 잣나무 밀집길과 송전탑 뒤로 옥녀봉(삼태봉,사진 왼쪽)과 오갑산(이진봉, 사진 오른쪽) 모습.

■과수원-송전탑-옥녀봉-서천고개 지나

기자는 문촌리-상우리 사이, 중부내륙고속도로 옆 과수원에서 출발한다. 과수원 끝 골짜기에 ‘취수저장고’를 만난다. 골짜기가 막혔다. 할 수 없이 송전탑이 선 첫 번째 봉우리까지 급경사로 오른다. 경사로는 잣나무를 심고, 수해 예방을 위해 밀집을 깔았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보니, 송전탑이 3개 더 보인다. 그 너머로 옥녀봉이다. 걸음을 재촉한다. 두 번째 송전탑부터 잣나무.소나무와 밀집을 깔아놓은 길이 다시 시작돼 세 번째 송전탑까지 이어진다. 역시 비탈길이 무척 가파르다. 세 번째 송전탑에 도착해 숨 고르며 물을 마신다. 벌써 40여 분이 지났다. 하나 더 남은 송전탑까지는 조금 완만해진 비탈길, 여전히 밀집길이다. 마지막 송전탑을 지나자, 옥녀봉이 지척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가파라진 산길을 오르니, 소나무 여러 그루가 우거진 정상에 도착한다. 옥녀봉(삼태봉.493m) 정상이다. 정상엔 개금골삼거리(여주 점동면 관한리 방면)와 삼형제바위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등산 시작 1시간이 경과했다.

옥녀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음을 옮긴다. 사천고개까지는 쭈욱 내리막길. 중간 중간 진달래 등 봄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천고개는 문촌리에서 여주 점동으로 직접 넘어가는 고개다. 서천고개에 이정표(이진봉 0.91km, 매산)와 국가지점번호(라사 1695 0431)가 있고, 오른쪽으론 문촌리 하산길이다. 이 고개를 넘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가파르게 이어진 길과, 고개 밑 마을을 내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다시 동북쪽에서 오갑산 정상이 손짓한다. 다시 길이 가팔라졌다. 10여 분 숨을 헐떡이며 840여m를 더 오른다. 제법 큰 규모의 바위군락을 지나니, 삼형제바위가 걸음을 멈춰 세운다. 길가 소나무 밑 바위는 쉼터로 제격. 바위에 앉아 잠시 목을 축이고, 뻐근해진 다리를 푼다. 정상(이진봉)까지 이제 70m 남았다. 남은 힘을 쥐어짜 마지막 오르막길에 나선다.

정상 부근, 여주 쪽에서 오른 길과 합류한다. 10m 더 오르니, 오갑산 표지석이 보인다. 3-4그루 소나무가 산행에 지친 등산객들에게 그늘을 제공한다. 자세히 보니 비석은 여주시에서 세운 것. 작게 ‘임진봉’이 함께 쓰여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오른쪽으로 10여m를 더 간다. 음성군에서 설치한 오갑산 정상표석(609.4m), 삼각점, 국가지점번호(라사 1749 0451)와 이진봉(609m) 안내판이 있다. 정상에서 서니 허옇게 맨살을 드러낸 문촌리 골프장과 하이테크산단도 한 눈에 잡힌다. 북쪽으론 경기 남부를 향한 산세가 계속 이어진다. 이진봉에 올라 기자는 욕망으로 일그러진 인생과 세상사(世上事) 단면을 마주한다.

동쪽으론 내리막길이다. 수직처럼 가파르다. 아홉사리고개로 향한 길인 듯.

산행 2시간 가량이 훌쩍 지났다. 이제 걸음을 되돌려, 왔던 길로 하산한다.

▲상우리 과수원 길 등산로 모습.
▲상우리 과수원 길 등산로 모습.

■새로운 등산로 개발과 정비, 안내판 추가해야

오갑산을 오르며 기자는 생각이 얽혀지고 말았다.

우선 문촌리 마을 끝에 골프장 공사. 이로 인해 멀쩡한 등산코스가 막히고 말았다는 점이다. 또 오갑산 앞으로 송전탑이 여러 개 더해진 게 눈에 거슬린다. 거기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지 않아, 산행 발길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일부 구간 나무를 심고, 길을 정비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어 위안이 된다. 음성군에 새로운 등산로 개발과 정비, 그리고 안내판 추가하는 과제를 촉구한다.

▲삼형제 바위 모습.
▲삼형제 바위 모습.
▲서천고개 모습.
▲서천고개 모습.
▲옥녀봉(삼태봉) 정상부 표지판 모습.
▲옥녀봉(삼태봉) 정상부 표지판 모습.
▲여주에서 설치한 오갑산(임진봉) 표지석 모습.
▲여주에서 설치한 오갑산(임진봉) 표지석 모습.
▲등산길에서 바라본 문촌 하이테크산단 전경.
▲등산길에서 바라본 문촌 하이테크산단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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