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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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를 ‘중국의 속국’으로 표현한 분노를 넘어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공무원의 발언이 한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일명 ‘알몸김치’라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김치의 비위생적 제조와 관련하여 1년여 동안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정부에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하던 기자의 질문에 식약처 대변인이라는 자로부터 믿기 힘든 발언이 나왔다. ‘중국은 선진국이고 거대한 힘을 가진 국가’, ‘옛날로 말하면 중국은 상국(上國)이고, 우리나라는 속국(屬國)인데 힘이 약한 나라가 힘이 강한 나라에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으라 하면 기분이 좋겠나?’라는 등의 언행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먹거리의 안전과 관련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이번에 문제가 된 ‘알몸김치’사건이다. 한 남성이 거대한 통에 알몸으로 배추를 만지고 있고, 녹슨 포클레인으로 통을 휘졌고 있는 사진이 나돌았다. 자칭 포클레인 기사라는 사람은 그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 ‘당신들이 먹는 배추를 내가 절인 것이다’라는 우리를 조롱하는 듯 한 동영상을 올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국정부에 ‘실무회의→서면심사→화상회의→연락처제공’등으로 협조수준을 낮추는 굴욕외교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질의하는 기자에게 식약처 한 공무원으로부터 문제의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속국’발언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하면서, ‘중국을 자극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관련자들에 대한 교육을 후속조치로 취한다고 한다.
사실 알몸김치와 관련한 공무원의 발언과 관련자들에 대한 후속조치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이 사석(私席)인 술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과 관련하여 파면조치된 것과 너무도 비교되는 사안이다. 전자가 취재 중 발언이라는 의미에서 공식적 성격이 강한 반면 후자는 사적인 자리에서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또한 발언내용에 있어서 교육부 공무원의 발언은 좋게 보면 우리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남아 있다. 반면 ‘중국은 상국(上國), 우리는 속국(屬國)’이라는 발언은 아무리 비유라 하여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중국은 선진국도 아니며, 우리가 굴종하여야 할 만큼 강한 힘을 가진 나라도 아니다. 100여 년 전 멸망한 조선(朝鮮) 관리(官吏)라면 모를까?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생각할 수 없는 언행임에 틀림없다.
현 정부는 친중적 성격이 강한 정권이라는 세평을 듣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 동안 현 정부 인사들의 친중사대((親中事大)적 행태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대통령은 ‘중국은 큰 산봉우리, 우리는 작은 언덕’, ‘중국과 우리는 운명공동체’, ‘중국몽’라는 등 비굴한 친중적 발언을 하여왔다. 또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어느 대도시 시장은 ‘중국은 만 리(萬里)를 가는 말, 우리는 말 궁둥이에 붙은 파리’는 다소 황당한 말을 하였다고 한다. 또 많은 현 정부 여당 인사들과 여당 소속 단체장들이 신정(新正) 혹은 구정(舊正)에 서툰 중국말로 중국인들에게 신년인사(新年人事)를 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可觀)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모습은 현 정부와 여당이 일본에 보여 왔던 모습과는 너무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현 정부 내내 반일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중국은 조선을 500년 속국으로 삼아 핍박한 반면 일본은 36년의 식민지 통치를 하였다. 우리 민족을 핍박하고 고통을 준 양과 질을 따진다면 일본은 중국의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일본은 대한민국의 고마운 이웃이었던 반면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었다. 더욱이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인 반면, 중국은 덩치만 큰 중진국일 뿐이다.
일본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현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반일민족주의 패기의 반에 반(半)만이라도 보여주었다면 관련 공무원의 ‘속국’이라는 한심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이 있다. 친중(親中)의 끝이 속국(屬國)이라면, 그 친중은 매국(賣國)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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