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강동대 사회복지과 교수

 
 

지난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음에도 현재까지 최종적으로 누가 당선되었는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주요 언론들은 도전자였던 민주당의 조 바이든(Joe Biden)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 후보였던 트럼프가 승복하지 않는 가운데, 미국 법률로서 누구도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대통령 선거 결과는 다소 전례가 없는 특이한 사건이다. 현직 대통령이자 대통령 후보는 선거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관련 대규모 소송이 진행되면서 선거인단이 아닌 연방대법원의 판결 혹은 연방 하원의원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는 기이한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는 21세기 선거 과정과 민주주의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라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유세-투표-개표’라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민주주의는 각 선거 과정에서 이를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면서 발전하여왔다. 우리의 경우 과거 3.15부정선거는 개표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선거 부정이 저질러졌던 사건이었다. 이후 참관인제도 등에 의해 개표과정의 투명성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과거 세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 재개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하는 놀라운 투명성이 확보되었다. 일련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 유세 과정에서 각종 관권·금권 선거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의 문제 제기는 선거 과정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사전투표에 대한 전면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참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우편투표-우리의 사전투표제도-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선거 당일 유권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직접 투표와 달리 우편투표에서는 유권자 확인에 대한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을뿐더러 ‘배달’이라는 제3자 개입행위에 대한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이번과 같이 대규모로 발생한 우편투표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협요인이다. 사망자에 의한 투표, 투표용지의 배달 사고 등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 개표과정에서 등장한 디지털 방식에 대한 투명성 확보 문제이다. 과거 개표 부정 시비는 참관인제도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그런데 문명의 이기로 등장한 컴퓨터로 대표되는 각종 디지털 장비들의 개표 분류 및 계수 참여는 새로운 형태의 부정 시비를 대두시켰다. 디지털 장비에 대한 안정성과 검증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낳고 있다. 기계에 의한 오류 혹은 제3자 개입(해킹) 가능성을 점검하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들이 미비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개표과정에 대한 특정 프로그램과 장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언론 및 인터넷 매체에 의한 정보 왜곡 현상의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 언론과 인터넷 매체는 지지하는 후보를 밝힐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는 언론과 인터넷 매체에 의한 정보 왜곡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직 미국 대통령의 SNS에 올린 글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표기되고, 백악관 대변인의 인터넷 계정이 정지시키는 등의 사건들이 발생하였다. 보편적 정보통로가 되어야 할 인터넷망이 정보통제·왜곡의 온상으로 작용하였다. 이외에도 코로나19를 빌미로 참관인의 개표 참관이 크게 제한되는 등 민주주의 선거에 대한 기본적 원칙들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민주주의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여야 하는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의 상식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패자에 대한 배려 역시 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승자에 대한 패자의 승복에 앞서, 패자에 대한 승자의 배려가 우선 하여야 한다. 선거 과정에 대한 패자의 의혹에 대한 점검은 결과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핵심적 원칙일 것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경합주에 속하는 펜실바니아에서 주 정부 차원에서 우편투표로 180여만 부가 발송되었고, 140여만 부가 반송(투표)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우편투표로 최종 집계된 것은 약 250만 부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과연 단순한 행정착오에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부정선거의 결과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에 있어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주목하여야 하는 미국이 가지는 국가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21세기 디지털화하는 선거 과정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우리나라 4.15총선에서도 많은 선거의혹이 제기되었다. 물론 우리의 경우 찻잔 속의 파도와 같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였지만,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유사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그들은 제기된 각종 선거의혹이 국가체제 안에서 합법적으로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과정의 투명성은 결과의 승복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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