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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여기서부터

기사승인 2020.08.27  14: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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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명 자 수필가

   
 

비가 내린다. 49일째 내리는 비에 모두 지쳐간다. 언제쯤이면 비가 그칠까! 하늘을 올려다본다. 세찬 바람을 앞세운 굵은 빗줄기가 더 억세 지고 있다. 땅에는 주름이 잡히듯 흐르는 물줄기가 낮은 곳을 향해 모여든다.

둑이 터지고 강물이 범람했다. 전국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다. 산사태로 흙더미가 밀려와 도로를 덮쳤고 수마가 흩고 지나간 곳에는 철길과 도로도 막혔다. 자애롭던 어머니의 품, 섬진강이 범람했다. 둑을 넘은 황토물이 성난 악마로 변해 삶의 터전을 덮쳤다. 마을과 농경지가 모두 잠기고 불어난 물에 소 떼가 물속을 헤엄쳐 지붕으로 올라갔다. 물이 빠지고 며칠을 굶주린 소들이 구조되었다. 그러나 지붕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한 소 한 마리, 마취 총을 쏘아 들것으로 구조했다. 다음 날 어미 소는 송아지 쌍둥이를 낳았다고 TV로 전해진다. 폭풍우 속에서도 새끼를 지키겠다는 모성애 에 가슴을 울렸다.

요란한 빗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다음날 출근길에 바라본 사정저수지, 백야저수지는 황토물이 소용돌이를 치며 불어나고 있었다. 조심스레 산속의 휴양림 관리실에 도착하고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직원들은 전날 밤의 일들을 CCTV를 돌려보며 확인하고 있었다. 집중호우를 감당 못 한 골짜기는 계곡으로 물과 흙더미가 밀어닥쳤다. 시설물은 물 위에 종잇장처럼 떠내려갔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행히 임시휴장을 한 상태라 투숙객이 없었고 밤중의 일이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몇 년 전 이웃집 가족과 함께 더위를 피해 동해로 떠났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TV로 전해지는 충북의 집중호우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는 빙 둘러앉아 절박한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곤 아이들과 함께 보따리를 싸서 돌아와 수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8명은 미원면 개울가 어느 농가를 찾았다. 피해지역이 넓어 봉사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었다. 주인의 안내로 들어간 안방은 중간까지 물이 들어찼던 흔적과 진흙이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인과 함께 종일 흙을 걷어내고 젖어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밖으로 쌓아놓으니 산을 이뤘다. 오늘 수해 현장을 보니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입추도 한참 전에 지나갔다. 절기상 가을로 접어들었는데 올해는 풍년 농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창 이글거리는 볕을 품어 안고 곡식과 과일은 몸을 살찌워야 하는데 장마가 이어지고 있으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친구의 고추밭이 물에 잠겼다 하여 달려갔다. 비닐하우스에서 봄내 어린 묘를 심고 가꾸어 주렁주렁 열린 파란 고추가 힘을 잃었다. 수확의 기쁨을 꿈꾸며 땀 흘리고 들인 정성은 하룻밤의 수해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만 껌벅거리며 차마 섣부른 위로도 못 했다. 물이 빠져야 손을 댈 수 있다는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비가 그친 이른 아침 남편과 천변을 따라 걸었다. 개울물에 가로놓인 돌다리도 묻혔다. 집어삼킬 듯 불어나던 흙탕물도 어느새 푸른빛이 감도는 깊은 물이 되어 힘차게 흐른다, 휘몰아치던 물살에 새로운 물길이 생겼고 모래 언덕도 만들어졌다. 넓은 모래언덕에는 흰 백로가 떼를 지어서 모여 있다. 한 무리는 물 위를 수놓으며 군무를 즐기는 모습이 장관이다. 산책 나온 이들이 넋을 놓고 바라본다. 자연은 모든 것을 앗아갈 것처럼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 우리에게 보상을 주고 있었다.

지구촌에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후는 지구가 겪고 있는 지독한 몸살이다. 우리는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차별 자연을 훼손했다. 편리함을 쫓아 가족의 수만큼 차를 굴리고, 방마다 에어컨을 가동해 집 밖으로 열기를 뿜어냈다. 그뿐인가 먹고 즐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대시설이 필요했던가. 그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긴급한 목소리가 연일 들려온다.

뜨거워진 지구는 스스로 몸을 식히기 위해 폭우라는 장치를 가지고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지구 안의 작은 생명체인 우리는 더 망설일 시간이 없다. 가장 작은 것부터, 가까운 거리는 걷고, 물을 아끼며, 분리수거는 철저히 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불편함이 따를지라도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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